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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콜 민원을 제기하면 탑승 기피 대상이 된다?

작성일
2018-01-22
첨부파일

 

장콜 민원을 제기하면 탑승 기피 대상이 된다?
[온더로드③] 사실상의 ‘블랙리스트’로 기능하는 장콜 이용자 신상정보 수집
등록날짜 [ 2018년01월20일 15시07분 ]

[편집자 주] 재단법인 동천에서 주관하는 제7회 공익인권공모전에 참여하는 ‘온더로드’팀의 장애인콜택시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연재를 싣습니다. 온더로드는 서울시에 장애인콜택시 현황 정보공개청구, 장애인콜택시 이용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 등을 통해 장애인콜택시 문제를 조사했으며, 이를 앞으로 세 번의 카드뉴스와 세 번의 기획기사 및 정리기사로 비마이너 지면을 통해 알릴 예정입니다. 온더로드는 이를 바탕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인권위 진정 등의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 [온더로드①] 카드뉴스 - 장애인콜택시 법정대수, 1·2급 장애인 100명당 1대로 확대 합시다

▶ [온더로드②] 택시 운행에 일상을 끼워 넣는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들

▶ [온더로드③] 장애인콜택시가 안 태워주는 이용자가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산다는 데 어떤 의미를 두고 계시나요
때로는 사막에 내던져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시나요”
- 이랑, 「신의 놀이」 중

 

특히나 더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한국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야만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장애인콜택시를 기다리며, 사막 같은 시간을 감내해야 할 테니까.


상상해보자. 일하다 보니 집에 가는 버스도, 지하철도 끊긴 시각이라 카카오택시를 부른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한참을 기다려 택시가 온다. “택시 부르신 000씨 맞으시죠?” 내 이름도 아는 거였나? 내 이름이 맞긴 하니까 탑승한다. “젊은 아가씨가 이 늦은 시간까지 뭐하다 안 들어갔어~ 부모님이 걱정해~” 몇 번이나 봤다고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별로 안 젊다고 대충 둘러댄다. “xx년생이죠? 여기 다 뜨는데. 그럼 아직 한참 어리지~” 내 나이는 어떻게 아는 거지? 택시 한 번 타려고 내 나이까지 기사가 알아야 하는 거였나? “아, 민원 많이 넣으신 분이었지 참. 조용히 해야지. 딸 같아서 괜히 태워주러 콜 받아서 온 거야~ 나도 안 태우려다가 태워준 거니까 민원 넣고 그러지 마요?”


이게 대체 무슨 대화냐고? 가상으로 제작된 상황이지만, 모두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들과의 인터뷰에 근거해 작성한 것이다.


‘블랙리스트’라구요? 보이진 않지만, 없다고 하기엔 다들 느끼고 있으니까


“(‘블랙리스트’ 현상이 실재하냐는 질문에) 있어요. 자기가 안 좋아하고 이 사람 별로다 하고 기사 간 소문이 나면 그 사람은 계속 (이용신청 콜을) 안 잡아요.” - 안산 거주 장콜 이용자 B씨와의 인터뷰 중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들은 가뜩이나 힘든 장콜 이용을 더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흔히 ‘블랙리스트’라고 불리는 암묵적인 탑승 기피 현상을 꼽았다. 운전기사 간, 혹은 센터 내에서 장애인콜택시 이용자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 그 이용자는 배차가 잘 되지 않거나 다른 이용자보다 늦게 배차되는 등 비공식적인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온더로드 팀의 장애인콜택시 이용 경험에 관한 자체 조사 결과, “장애인 콜택시 고객센터에 불편사항을 접수 한 후 장애인콜택시 대기시간이 길어지거나, 배차간격이 뒤로 밀리는 경험을 한 적 있으십니까?”라는 질문에 약 100명의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그런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설문조사 후 인터뷰에 동의한 답변자들과 진행한 심층인터뷰에서도 탑승 기피 현상의 존재는 분명히 드러났다. 


물론 공식적으로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리 만무하다. 상담원에 대한 성희롱이나 운전자에 대한 폭행에 대하여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삼진아웃제 실시 등의 운영지침은 물론 존재하나, 그 이외의 이용 거절 혹은 제한 사유는 문서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온더로드 팀이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진행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답변에서도, 그러한 이용거절 혹은 제한 사유는 없다고 밝혔다.

 

 온더로드 팀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서울시의 답변 공문.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의 장애인콜택시 시스템은, 비공식적인 탑승 기피 현상이 생기기에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다. 서울특별시와 경상남도의 장애인콜택시 배차 시스템을 비교해보면 그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


“경남은 (경상남도에 속한 지자체들이 각각 장콜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광역 번호 하나거든요. 센터에서 기사 위치 파악해서 매칭을 해 줘요. 그런데 서울이나 이쪽은 기사 전체에게 콜 정보를 뜨게 해서, 기사들이 그 콜을 받아야만 가는 거야. 이상한 시스템이야. 승객이 소문 안 좋아서 태우기 싫으면 밀리는 거지. 딴 사람은 10분 만에도 되곤 하는데. 콜센터에 전화해서 왜 이리 안 되냐고 하면 콜센터는 알면서도 말 안 해요. ‘아 음 저기요 그게~ 시외 가는 사람이 많아서, 이용자가 많아서~’ 내가 어떻게 알았냐면, 기사님들이 말해줘서 알았어요.”  - 안산 거주 이용자 B씨와의 인터뷰 중


경상남도의 경우, 대부분의 지자체가 각 시·군별로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는 것과는 달리 경상남도에 속한 모든 지자체가 광역 단위로 장애인콜택시를 운영하며, 이용신청이 있을 경우 콜센터에서 차량 위치를 파악하여 이용신청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차량을 배차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지자체는 광역화는커녕, 운전기사가 이용자의 신상정보나 위치 등을 보고 직접 콜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 것이 문제이다.


누군가는 소문이 나쁜 ‘진상 손님’을 태우지 않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탑승 기피 사유가 항상 이용자의 잘못에 기인하는 것만도 아니다. 운전기사의 운행 스타일과 이용자의 요구사항이 잘 맞지 않았을 때에도 운전기사는 이용자의 콜을 무시할 수 있고, 자신에 대한 민원을 넣은 적이 있는 듯한 이용자 또한 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 문제이다. 


“저 몇 살 같아 보이나요?” 물었더니 “xx년생이시네요. 여기 다 떠요.”

 

 
D씨와의 인터뷰 후,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 귀가하려는 데에도 1시간 반 가량의 대기시간이 소요되었다. 특히나 여러 장애를 중첩적으로 가진 장애인의 경우, 다른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어려워 장콜의 이용기피 문제는 이동권과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다.


이에 더해, 기사에게 각종 개인정보가 드러나는 시스템 또한 문제가 된다.


“한 번은, 기사님들 피곤해하시곤 하니까 제가 먼저 말을 걸어봤어요. ‘혹시 저 몇 살 같으세요?’하고요. 그랬더니 기사님이 ‘xx년생이시네요, 여기 다 떠요.’하시는 거예요.”  - 의정부 거주 장콜 이용자 C씨와의 인터뷰 중


물론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개인정보제공동의가 필요한 것은 어디든 동일하다. 카카오택시를 타더라도 일정한 범위의 개인정보제공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정보는 센터에서 안전하게 관리되면 그만이다. 운전기사에게 이름이니 생년월일이니 거주지니 하는 각종 개인정보가 항상 제공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장애인콜택시 이외의 일반 콜택시를 탔을 때, 탑승자 정보에 대해 기사가 샅샅이 알고 있었던 적이 있던가?


심지어 장애인콜택시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 민원 사항이, 기사에게 제공되는 개인정보에 다 반영된다는 증언도 있었다.


“민원 내용을 고객정보에 적어요. 민원이라고 적진 않고, 그냥 이 승객은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으니 이러이러한 걸 하지 말라고 적어요. 그렇게 할게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으면) 통상적으로 기사들에게 이런 걸 하지 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제가 공문이나 이메일을 달라고 한 적도 있는데, 심지어 민원이 접수조차 안 된 적도 여러 번 있었어요. 다시 연락주겠다고 해놓고 전화가 안 와서 제가 다시 연락해봤는데, 민원 접수된 게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꼭 민원을 민원으로 안 넣고 고객정보에다 넣고요. 제가 그걸 알게 돼서 고객정보에 이거 적지 말고 민원으로만 적으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
(그걸 어떻게 알게 됐어요?)
기사님들이 얘기해줬어요. 고객정보에 이런 게 떠서 받을까 말까 했다, 이런 거 많이 적어놓지 마라, 적어놓으면 기사님들이 안 받는다, 자기도 민원 많이 넣고 하는 사람들 원래 잘 안 받는다…”  -서울 거주 장콜 이용자 D씨와의 인터뷰 중

 

 서울 거주 장콜 이용자 D씨와의 인터뷰 사진

 

이렇게 기사가 콜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과 개인정보제공 문제가 겹쳐져, 탑승 기피 현상이 발생하여 이용자들이 토로하는 사실상의 ‘블랙리스트’로서 기능하게 된다. 조금만 나쁜 이야기가 기사들 사이에 돌아도 당장 내일 출퇴근을 해야 할 때 택시가 오지 않을 수 있으므로 기사가 성희롱을 해도, 불쾌한 언행이 있었어도 웬만해서는 문제제기하지 않고 참게 되는 것이다.


많은 이용자들이 토로하고 있는 탑승 기피 현상의 기저에 얽혀있는 각종 문제들은 물론 ‘공식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당수의 이용자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을지라도 ‘이용 기피 사유는 없다’라고 해버리면 없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문제들은 오히려 공식적이지 않은 루트로 발생하기에 그 문제가 더 크고, 해결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산다는 것, 특히 휠체어 이용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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