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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을 지켜라

작성일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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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을 지켜라
[칼럼] 원영의 '지하 생활자의 수기'

 

지난 7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아들과 딸이 만들어 운영한 ‘장애우와 함께하는 청소년 모임’ 사이트에 관해 보도한 경향신문 화면 갈무리.

 

장애우와 함께하는 모임
 
지난달 언론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자녀들이 고교시절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친구를 맺어주는 인터넷 사이트 ‘장함모’(장애우와 함께하는 청소년 모임)를 개설해 운영했고, 그 활동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장함모는 2001년 4월 만들어졌는데, 같은 해 11월 고등학생이던 황대표의 아들과 중학생이던 딸이 함께 장관상을 받았다(그리고 두 사람 모두 명문대학에 진학했다). 현재는 폐쇄된 이 사이트의 기록을 한 언론에서 추적한 바에 따르면, 장함모의 게시물은 2001년 380여 건이 올라온 이후 매년 급격히 줄다가, 2005년 이후에는 게시물이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다. 

 

이 기사는 황 대표의 자녀들이 장애인을 ‘이용’해서 대학에 진학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품고 있다(이번 달은 내내 다른 정치인의 자녀 이야기로 뜨겁지만). 사실 장애인을 ‘돕는’ 일은 거의 모든 경우 사회적인 논란 없이 ‘좋은 일’로 여겨진다. 내 고교시절에는, 어느 날 갑자기 등교 시간의 언덕길을 밀어주겠다는 기숙사 동기가 나타났다. 그와 나는 얼굴만 아는 사이였다. 일주일쯤 같이 다녔을 때 그가 시각장애인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여자 후배에게 관심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장애인과 친구라는 사실은 때로 진보적이고 교양있는 시민의 내세우기 좋은 커리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서울대 총장 시절 정운찬 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과거 장애학생들과 10분간 허락된 대화자리에서 8분을 자신이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장애인 선배와 친했고 그의 등교를 종종 도왔다는 말을 하는 데 썼다.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친구가 되면 종종 주위에서 괜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같은 공간에서 일정 시간을 보내며 친구가 되었을 뿐, 이 관계에 특별히 숭고한 희생이나 진보적인 정치적 실천이 배경에 놓이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장애인과의 관계가 대학이나 로스쿨 등 입시에서 활용 가능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경력’이 되고, 자신의 도덕성과 진보성을 뽐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알리바이처럼 이용되는 것도 사실이다. 

 

대등한 존재로서 자율적으로 형성되어야 할 사적 관계가 이처럼 특정한 ‘경력’이나 공적인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의미화되면서,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사생활’이라는 개념은 소거된 것이 아닐까?

 

내용전부보기: http://beminor.com/detail.php?number=13757&thread=03r02r01

원문출처: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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