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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의존선언서(己亥依存宣言書)

작성일
20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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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의존선언서(己亥依存宣言書)

 

자부담 미납됐다고 하루아침에 활동지원 끊어버린 복지부
의존하며 살 수밖에 없는 인간… 의존을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한다면?

- 만약 우리가 매달 ‘지구 부담금’을 내야 한다면?

 

미세먼지 때문에 목도 칼칼하고 기분도 꿀꿀한데 이런 상상이나 해보자. 어느 날, 한 공룡기업에서 날로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AI를 개발한다. AI의 업무는 지구 생태계를 망치는 주범인 인간들의 활동을 규제하는 것인데, 빅데이터를 종합하여 개인이 한 달가량 배출한 오염 물질의 양을 계산한 뒤 국세청에 넘긴다. AI에게 바통을 넘겨받은 국세청은 또다시 복잡다단한 산술을 거쳐 국민 개개인에게 세금 고지서를 날린다. 이 세금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딱히 생각나지 않으니 그냥 ‘지구 부담금’이라고 부르자. 이 지구 부담금은 전 국민에게 부과된다. 심지어 어린아이에게도 부과되는데 아이가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갖가지 쓰레기도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아이의 몫은 가족 또는 공동체가 감당해야 한다.

 

지구를 의미하는 동그란 바닥에 초록 잎사귀가 가득한 나무가 자라있다. ⓒ픽사베이
 

그런데 지구 부담금이 날로 높아져서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어떻게 될까? 국세청은 우선 그의 가족 앞으로 납세 독촉장을 보낸다. 그가 가족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살고 있었다 한들 동사무소에서 전산 한 번만 두드리면 금세 찾아낼 수 있다. 한국은 ‘IT 강국’이니까 이런 일쯤은 식은 죽 먹기다. 그가 가족과 어떤 사인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설령 십 년 동안 연락 한 번 주고받지 않았어도 전혀 문제 될 일은 아니다. 어쨌든 정부는 세금만 거둬들이기만 하면 될 테니 말이다. 만약 그의 동생에게 근로소득이 있다면, 다시 말해서 동생이 일해서 돈을 벌고 있다면 여지없이 그의 앞으로 세금이 청구된다. 차오르는 수치심을 가까스로 억누른 채 그는 동생에게 세금을 대신 내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이를 어쩐담? 동생은 거부 의사를 밝힌다. 본인도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고, 가족 수에 비례해 부과되는 세금이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생활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다른 가족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결국, 가족에게 외면받은 그는 거의 자포자기하기에 이른다. 마음을 다잡고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봐도, 결국 체납자가 된다. 국세청은 독촉장을 두어 번 더 발송한 다음 체납자 명단에 그의 이름을 입력한다. 체납자는 일종의 낙인인데 이 낙인이 붙여진 사람은 거의 ‘사회적’ 식물인간이 된다.

 

AI가 빛을 발하는 순간(?)은 바로 이때부터다. AI는 체납자인 그를 사회에서 지우는 작업에 돌입하는데 첫 단계가 전국의 모든 전산망에서 접근 금지 명단에 그의 신원(이 신원에는 생체정보도 포함되어 있다)을 올리는 것이다. 이때부터 그는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현금을 갖고 있다 한들 동네 구멍가게에서 음료수 하나 사 먹을 수도 없다. 전국의 모든 전산망이 일괄적으로 그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형벌이다. 정부는 지구 부담금을 내지 못한 그를 지구 자원만 축내는 존재로 인식한다. 다시 ‘시민’이 되려면 체납한 지구 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진다. 공원 벤치에 앉아 가만히 있기만 해도 그가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측정되고 그것은 다시 지구 부담금으로 환산되어 세금 고지서에 착실하게 쌓이기 때문이다.

 

몇몇 극단적인 정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그와 같은 부류의 사람을 일컬어 ‘세금충’, ‘환경 파괴충’이라는 용어로 운운하며 조롱하고 혐오한다. 어느 날 아침에 끔찍한 벌레가 되어 사랑하는 가족에게 버림받는다는 내용의 카프카 소설 「변신」에 나오는 주인공 그레고리 잠자처럼, 그는 집안에서만 머물다가 서서히 죽는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내가 여태까지 한 이 이야기의 몇몇 부분들은 우울한 미래를 그린 SF 영화 장면을 몇 개 빌려와서 내 마음대로 꿰맞춘 것이다. 그런데 이 이야기, 현실에서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지 않나? 사실 ‘그’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있다.

 

내용전부보기: http://beminor.com/detail.php?number=13260&thread=03r02r07#

원문출처: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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