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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장애인 편의시설] 청계천 인근 개방형 화장실 점검 동행기

구분
기획운영
작성일
2018-11-02


 

며칠 전, 서울시설공단 청계천 담당 대리라며 복지관으로 날 찾는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일까 싶어 받았더니 요지는 "앞으로 있을 행감(행정감사)에서 전에 지적받았던 사항을 조사하러 가야 하는데 동행을 해줄 수 있느냐" 였다. 복지관으로 문의를 했더니 관장님이 추천해 주셨다고 하며.

어쨌거나 담당자의 말에 의하면 국회의원인지 시의원인지 누군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본인이 청계천을 자주 이용하는데 '화장실이 없어 많이 불편한데 장애인은 더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며 직접 장애 당사자와 동행해 조사를 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 소리에 누군지 밥 벌이하는 정치인도 있구나 싶었다.

바쁜 연말에 급하게 이루어진 일정이라 따로 참여자를 모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직접 출동하기로 했다. 나 역시 장애 당사자이니 이참에 미주알고주알 여러 가지 불편사항과 생각들을 전달하는 게 좋겠다 싶기도 해서.

청계천을 따라 복지관에서 황학동까지의 약 2Km 좀 안되는 거리에 동대문구 쪽으로만 개방형 화장실이 7군데가 있다고 하여 둘러봤다. 당연히 따로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건 아니고 개방형 화장실을 장애인(휠체어)이 이용 가능한지를 조사했다.

기존 건물이 허물어지고 신축 중인 건물 2곳을 제외하면 5곳의 개방형 화장실이 있었는데 그나마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었던 곳은 사진에 보이는 간이 화장실 딱 1개뿐이었다. 이마저도 휠체어가 진입만 가능하지 나오려면 수십 번 돌려 나와야 한다. 시범을 보이느라 나 역시 무지 애를 먹어야 했다. 게다가 휠체어를 변기에 붙이고 안전바를 잡고 옮겨 앉으려면 팔뚝 힘이 체조 선수 정도는 되야 한다.



대충 그날의 대화를 옮겨 본다.

 

사회복지사: 청계천 변에는 화장실 설치가 아예 안 되나요?

공단 담당자: 네. 청계천이 호우나 그 밖에 빗물이 유입되면 설치물들이 다 떠내려가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요.

사회복지사: 개방형 화장실은 따로 세제 혜택이나 그 밖에 무슨 지원이 있나요?

공단 담당자: 따로 없어요. 어떤 곳은 수도요금 감면 정도나 어떤 곳은 월 5만 원 정도의 휴지나 비품 구매 대행해주는 정도입니다. 강제 사항도 아니고 공단에서 요청하는 상황이라 간혹 문을 잠그는 곳도 있어 시정을 요구하면 화장실 개방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 터라 강하게 점검을 할 수도 없어요.

사회복지사: 청계천 산책은 장애인(휠체어)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유가 군데군데 파쇄석이나 화장실이 없다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파쇄석이나 울퉁불퉁한 길은 휠체어가 무리가 가기도 하지만 장애인에게는 허리에 무리가 되기도 하죠. 특히 저처럼 배뇨장애가 있는 장애인의 경우 요의를 느끼면 바로 해결해야 하는데 딱히 그럴만한 곳이 없어요. 만약 화장실의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간이로 가림막 같은 형태로 사람들의 시선을 가릴 수 있는 곳이 설치되면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공단 담당자: 네. 그런 것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화장실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파쇄석이나 울퉁불퉁한 길은 청계천 도 그렇지만 궁이 있던 자리 등은 문화재 보존 차원에서 그대로 복원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네요.

사회복지사: 문화재 보존 역시 중요하지만 장애인 역시 문화재의 존재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쪽으로 문화재는 보존하면서 그 위로 경사로를 만들면 양쪽 모두 해결되지 않을까요?







 

 

 

이 날 동행했던 서울시설공단 담당자는 청계 9가를 따라 좁은 인도와 공사 중인 건물, 또 점포 앞에 무분별하게 내어 놓은 자재들을 이리저리 피하며 가야 하는 나를 보며 꽤나 미안해했다. 가뜩이나 좁은 인도를 다 막고 공사 중인 곳은 어쩔 수 없이 달리는 차들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가야 하기도 했는데 멈춰주지 않는 차들을 수신호로 정차를 유도하기도 했다.

비장애인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대중교통이나 인도며 시설물들을 장애인들은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길 바란다. 국가가 설치해 놓은 간이 화장실에는 장애인 이용 표시가 되어 있지만 경사로가 아니라 계단으로 되어 있어 접근도 되지 않았던 사실에 난감했고, 개방형 화장실이라고 지정된 곳을 방문하니 장애인 화장실엔 휠체어가 들어가기 어렵게 좁은 데다 창고처럼 빼곡히 물건들이 채워져 있었다. 이의를 제기하는 공단 담당자에게 화장실 관리자는 "5년 만에 장애인은 처음 왔다"라고 대답했다.

장애인 필수시설이 잉여의 공간으로 여기는 한, 국가의 노력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만들면 제대로 봐야 하고 만들려면 비장애인의 입장과 시선이 아닌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과 시선에서 설계되고 고려되어야 한다.

작년에 문화비축기지를 탐방했었다. 우연찮게 입구에서 서울시 담당 주무관을 만났는데 그는 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설계된 무장애 테마공원이라고 꽤나 자랑스럽게 말했다. 한데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것이 으쓱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장애인도 서울 시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며 대중의 한 사람이다.

그 당연한 시설을 으쓱하길래 꽤나 넓은 곳을 한참 둘러봤다. 물론 잘 해 놨다. 하지만 누가 어떤 입장에서 설계되었는지 여러 곳에 배수로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물 빠짐을 고려한 것이겠지만 파쇄석을 깔아 놨다. 이런 시설물은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불편한 시설물이다. 건물과 건물 사이 자연스러운 동선을 위한 경사로는 약간 높다. 혼자 밀고 오르내리기엔 쉽지 않은 경사각이다. 그는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모른다.

장애인의 눈높이가 아닌 비장애인의 입장과 시선에서 설계된 유니버설 디자인이 과연 얼마나 장애인에게 유용할까? 사람들은 여전히 몰라도 너무 모른다. 관심이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왜 이런 일에는 장애인의 적극적인 참여를 시키지 않는지 이 또한 아이러니하다. 전국에 46개의 장애인복지관이 있는데 우리에게 물어봐도 좋지 않은가.

그럼으로 이번 서울시설공단이 내민 손은 고무적일뿐더러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아울러 공무원들에게도 넓게 확장되길 희망한다.

 

글: 정민권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