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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디자인을 위하여

작성일
202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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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영역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디자인을 위하여

[비마이너X다이애나랩 기획연재] 차별 없는 가게의 조건

전기레인지 조작이 터치 방식이라 스티커로 각 버튼 위치를 표시했다. ⓒ김헌용
전기레인지 조작이 터치 방식이라 스티커로 각 버튼 위치를 표시했다. ⓒ김헌용

가려진 접근성 문제들

2019년 가을, 이사를 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라 집에 들어서는 순간 쾌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살아본 집 중 내부 인테리어가 가장 깔끔했다. 냉장고, 세탁기, 전기 레인지, 에어컨이 모두 붙박이고 현관문에는 자동 잠금장치도 장착되어 있었다. 더할 수 없이 매끈했다. 아뿔싸! 그런데 매끈해도 너무 심하게 매끈했다. 전기 레인지에도, 세탁기에도, 잠금장치에도 손으로 만지고 조작할 수 있는 물리 버튼이 단 한 개도 없었다. 매끈함이 곧 모던의 상징이라는 듯, 인덕션과 도어록을 포함해 빌트인 가구의 모든 조작 패널은 터치스크린이었다. 잠깐! 방금 문장에 사용된 외래어들을 주목하라. 오늘날 시각장애인이 새집에 산다는 것은 이렇게 한국어로 쓰였지만, 외래어가 여섯 개나 섞인 문장을 읽는 것처럼 이질적이다. 단순히 이질적일 뿐 아니라 차별적이다. 이전에는 적어도 혼자서 라면은 끓여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젠 조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자칫 카드 열쇠를 깜빡 잊고 나오면 집에 들어갈 수도 없다. 21세기에 시각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이다.

‘가장 익숙한 자신의 집으로부터 소외됨’

현관문 잠금장치가 터치 방식이어서 번호 옆에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김헌용 
현관문 잠금장치가 터치 방식이어서 번호 옆에 스티커를 붙여 놓았다. ⓒ김헌용 

2020년, 코로나는 학교의 풍경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원격 수업으로의 대전환. 모든 교사가 패닉에 빠졌지만, 장애인 교사만 했을까? 장애인 교사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은 1시간이 멀다 하고 메시지가 소복이 쌓여갔다. 원격 수업 플랫폼으로 채택된 대다수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은 시각장애 교사에게 접근이 불가능했다. 다른 장애를 가진 교사라고 상황이 더 낫지는 않았다. 청각장애 또는 뇌병변장애 교사에게는 영상 수업에 목소리로 설명을 입히는 일이 최대 난관이었다. 지체장애 교사에게는 오랜 시간 컴퓨터를 세부적으로 조작해야 하는 피로가 더해졌다. 요컨대, 시각장애 교사들은 원격 수업 플랫폼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었고, 청각 및 다른 장애 교사들은 수업 실행 과정에서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가까스로 해결해나갈 즈음, 전국의 장애인 교사들로 구성된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이 교육부와 교육청 앞으로 절박한 공문을 발송했다. 장애인 교사 등 학교 내 정보 약자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교육청 딱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답변이 없었다. 그 한 교육청은 유선을 통해 다음과 같이 알려왔다.

“저희가 그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위 두 에피소드는 지난 1년 사이 내가 접근성(accessibility)과 관련하여 직접 경험한 것들이다. 접근성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저상버스와 경사로, 엘리베이터를 떠올리면 접근성이 장애인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2000년대 이후 장애인 이동권에 있어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접근성 이슈에는 이렇게 눈에 잘 띄는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은 장애인을 구원하는가? 경우에 따라서는 정반대이다. 기존에 장애인이 소외된 사회에서는 기술 발전이 차별을 한층 심화시킨다. 적어도 2019년과 2020년 내가 경험하고 있는 한국 사회는 그렇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인가? 그 사실이 장애인은 슬프다. 시각장애인은 키오스크가 들어선 음식점에서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집 현관문과 세탁기 앞에서도 소외된다. 청각장애인은 일상의 대화에서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비대면 화상 회의 스크린 뒤에서도 소외된다. 휠체어 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인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지하철역에서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책상 앞에서도 소외된다.

 

내용전부보기: 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06

원문출처: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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