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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약속의 선언, ‘차별 없는 가게가 되자’

작성일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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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X다이애나랩 기획연재] 차별 없는 가게의 조건

연베이지색 바탕에 남색으로 ‘차별 없는 가게의 조건’이라는 글자가 써있다. 각 글자는 다양한 필자들의 릴레이 연재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화살표, 무지개색 깃발, (경사로를 뜻하는) 각도, 수어, 휠체어를 탄 사람 등을 의미하는 아이콘으로 연결되어 있다. ⓒ다이애나랩
연베이지색 바탕에 남색으로 ‘차별 없는 가게의 조건’이라는 글자가 써있다. 각 글자는 다양한 필자들의 릴레이 연재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화살표, 무지개색 깃발, (경사로를 뜻하는) 각도, 수어, 휠체어를 탄 사람 등을 의미하는 아이콘으로 연결되어 있다. ⓒ다이애나랩

몇 해 전 일이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식당에 들어갔다가 쫓겨났다.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발달장애가 있는 일행이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몸을 아주 크게 움직였다. 흔히 발달장애인의 ‘문제행동’ 혹은 ‘과잉행동’으로 불리는 상황이었다. 우당탕탕. 잠시 식당은 소란스러웠다. 다행히 식사시간에 조금 비켜난 때라 가게엔 우리를 포함해 두세 팀밖에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가게 주인으로부터 곧바로 매섭게 내쫓겼다. 황당하고 화가 나면서도 아주 약간 서운함도 들었다. 왜냐면 그곳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평소 자주 가던 가게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골’이었다. 누군가를 해한 것도 아니고 큰 사고가 일어난 것도 아닌데 쫓아낼 것까지야 있나, 싶었으나 제대로 문제제기도 못한 채 쫓기듯 나왔다. 발달장애를 가진 이의 아버지는 “가게 조명이 어두워서 그랬던 것 같다”며 일행에게 무척 미안해했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권리를 주장하던 평소 그의 모습과 달리 주눅 든 모습이었다. 우리는 이내 곧 조명이 밝은 다른 식당을 찾아 들어갔고, 자연스럽게 가게 맨 구석에 웅크리듯 앉아 조용히 밥을 먹었다.

이후 그 가게에 가는 것이 꺼려지긴 했으나 안 갈 수는 없었다. 사무실 근처에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가게가 몇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일행 중에 휠체어 탄 이가 없었음에도 발달장애인과 함께 찾아간 것은 평소 그 가게가 ‘(휠체어 탄) 장애인’을 환대해주었기에, 거절당하지 않으리라 짐작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장애인과 일행으로 함께할 때면 으레 따라붙는 눈초리가 있어 가게에 들어설 때 어쩐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그곳은 그러한 눈초리를 받지 않고 용기를 굳이 내지 않아도 되는 식당이었다. 그러나 휠체어 탄 장애인을 환대한다고 발달장애인도 환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었음을, 그날 이후 느리게 깨달았다.

내가 이 공간에 들어갈 수 있을까?

‘내가 이 공간에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이 들 때, 사람은 위축되고 ‘우리’의 사회활동도 제약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로 접근성의 제약을 받는다고 상상해보자. 사람들은 그와 함께 있을 때면 계단 없이 경사로만 있는 가게, 엘리베이터가 있는 가게만 갈 수 있다. 맛있는 곳을 찾기보다 접근 가능한 곳을 기준으로 가게를 선별해야 한다. ‘그’가 갈 수 있는 곳으로 ‘우리’의 생활 반경은 좁아진다. 그의 불편함이 나의 불편함이 될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와 함께하는 것을 불편해할 수도 있다. 혹은 그가 일행의 눈치를 보며 ‘알아서’ 빠질 수도 있다. ‘괜히 민폐 끼치지 말고 집에나 가자’ 하며.

이처럼 공간의 배제는 자연스럽게 관계의 배제로 이어진다. 공간의 접근성으로 우리는 함께할 누군가를 자신도 모르게 어느 순간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이 사회의 어떠한 요소들이 ‘우리가 함께하는 것’을 끊임없이 방해하고 있지는 않는가.

휠체어 탄 사람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주어 자리에는 상상보다 무척 다양한 사람들이 올 수 있다. 수어를 모어로 사용하는 농인이 비(非)농인과 함께 학원에서 외국어, 제과제빵 등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것들을 배울 수 있을까. 카페나 식당에서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드러내며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가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히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가게는 어디일까. 비거니즘(완전한 채식주의)을 지향하는 사람은? 청소년은? 개, 고양이처럼 인간이 아닌 존재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가게는?

그러나 가게에 들어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휠체어가 움직일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며, 휠체어 이용자가 사용할 화장실도 물론 있어야겠다. 만약 근육 긴장이나 손떨림 때문에 빨대를 사용해야 하는 장애인이라면 뜨거운 커피 대신 미지근한 커피를 원할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모양의 탑처럼 가득 쌓아 올린 빙수는 보기에 예쁠지 모르지만, 시각장애인이 퍼먹기엔 다소 어렵다. ‘가게’는 식당과 카페에 한정되지 않는다. 만약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목욕탕에 왔다면? 혹은 꽃집에 꽃을 사러 온 시각장애인에게 점원은 어떻게 안내할 수 있을까?

즉,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는 이 공간에 어떠한 이들이 올지를 상상하고 인식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세계에 대한 나의 인식이 공간 구성에 반영되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있는 공간은 ‘누구’를 기준으로 설계되었는가?

독립예술창작집단 다이애나랩은 차별 없는 가게 홈페이지(https://wewelcomeall.net/)에 차별없는 가게임을 선언한 가게 31곳의 지도를 구축했다. 해당 가게를 클릭하면 자세한 접근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차별 없는 가게 홈페이지 캡처
독립예술창작집단 다이애나랩은 차별 없는 가게 홈페이지(https://wewelcomeall.net/)에 차별없는 가게임을 선언한 가게 31곳의 지도를 구축했다. 해당 가게를 클릭하면 자세한 접근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차별 없는 가게 홈페이지 캡처

내용전부보기: http://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75

원문출처: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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