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금 준대도 안 돌아가" 시설을 나오니 희망이 보였다
- 작성일
-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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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금 준대도 안 돌아가" 시설을 나오니 희망이 보였다
“나와보니까 모든 게 다 있잖아, 내 걸어댕길 때 그 모습하고 똑같은 거야.”
30년. 서금순씨(64)가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지낸 시간이다. 33살이던 1988년 계단에서 떨어져 목뼈를 다쳤다. 반 년을 병원에서 지냈다. 부모는 계시지 않았고, 형제들은 자기 가정을 꾸리기에도 바빴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꼼짝없이 누워지내야 했다. 병원의 권유로 대구시립희망원에 들어갔다. 시설이 내 집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지난 7월 시설 밖으로 나왔다. ‘탈시설’을 원한 건 아니었다. 2016년 희망원 거주인들에 대한 인권유린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희망원 내 장애인 거주시설 ‘글라라의 집’은 ‘시민마을’로 이름을 바꿨고, 지난해 12월 31일 폐쇄 결정이 났다. 서씨는 그 무렵 처음 ‘자립’이라는 말을 들었다. 말이 자립이지 내쫓는 것 같았다.
서씨는 시민마을 폐쇄를 반대하는 데 앞장섰다. 뜻이 맞는 동료들과 대구시청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시청 직원과도 언성을 높이며 싸웠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청와대에도 탄원서를 넣었다. 이 야박한 세상에 누가 중증 장애인을 시설만큼 보살피겠나 싶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시설 밖의 삶이 전혀 딴 세상이라는 걸 그땐 알지 못했다.
이 좋은 걸 모르고 살았네
“우리 식구들이 ‘언니야, 나가보니 진짜 좋드라’ 이래도 그 사람들은 걸어댕기고 나는 누워서 생활하는 중증 장애인이야. 느그하고 나를 비교해선 안 된다. 희망원 직원들도 ‘이모야, 한번 나가봐라. 요즘은 전부 다 해주기 때문에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했는데 나오는 것 자체가 엄청 무섭더라고. 끝까지 안 나온다고 버텼지요.”
함께 살던 식구들이 하나둘 떠나는 걸 지켜봤다. 어떤 이는 다른 시설로 가고, 어떤 이는 자립을 선택했다. 결국 큰 건물에 홀로 남았다. 단기 자립체험을 다녀온 뒤 마음을 바꿨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까무러치기로 나가보자. 어차피 갈 인생인데 나가서 살자고 마음먹었죠.” 시민마을 거주인 85명 중 34명이 자립의 길을 걷고 있다.
원문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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