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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적인 목소리가 아니라고?

작성일
2019-06-17
첨부파일

여성적인 목소리가 아니라고?그녀의 시선
명숙  |  cowalk1004@daum.net

 

 

 

커피 향이 잘 퍼지는 비 오는 주말, LP판과 카메라 등 소품으로 아기자기 꾸며진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전인옥 씨를 만났다. LP판을 보고는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라 그곳으로 정했나 싶었는데 나의 과도한 생각이었다. 그녀에게 카페에 대해 묻자, 일요일에 갈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라고 했다. 그녀는 일요일이면 이동하느라 바쁘다.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미사를 진행하는 성당이 강남에 있어서 거기까지 갔다 오다 보니 동선이 복잡하다. 그래서 집에서도 멀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정하다 보니 그 카페로 정했다고 했다. 지레짐작은 미끄러질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이곳은 음악 신청을 하면 틀어주는 카페라는 그녀의 소개에 마음이 좀 놓인다. 그래, 음악이 좋은 건 사실이군.

 

시각장애인, 피아노로 대학 입학

전인옥 씨는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에서 오래 활동했고 대표도 맡았다. 그녀는 젊은 시절 세상의 주목을 많이 받았다. 1980년 시각장애인인 그녀가 ‘피아노’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대학 가기 어려웠던 때다. 그 시절 웬만큼 형편이 좋은 집안이 아니면 여자를 대학에 보내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딸은 그저 살림 밑천이라는 이름으로 가정 경제에 힘을 보태거나, 남자 형제의 학비를 보태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었다. 지금처럼 대학 입학률이 80%가 될 정도로 대학 교육이 보편적이지도 않았고 형제자매도 많았던 시절이다. 그녀는 6남매 중 셋째였다.

 

게다가 당시에는 한국에 장애인권 정책도 없었다. 대학 입학에서 장애인을 위한 우대 정책이나 시험에 필요한 편의 정책이 있던 것도 아니다. 그러니 시각장애인 여성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시험 봐서 대학에 입학한 것 자체는 주목받을 만한 사건이었다. 그것도 피아노전공이니 더 눈에 띄었을 터. 그러다보니 언론 인터뷰도 많았다. 가끔 그녀가 버스를 타면 버스 안내양이 잡지에 난 그녀를 알아보기까지 했다.

 

그녀가 피아노를 배운 것은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던 신부님 덕이었다. 어머니가 독실한 신자라 서울이 집임에도 충주에 있는 가톨릭맹학교에 다녔다(맹인 명칭이 시각장애인으로 바뀐 것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이 되면서다). 그녀의 세례명은 ‘오틸리아’다. 7세기경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난 오틸리아는 주교의 세례를 받고 눈을 뜨게 됐다. 그 후 아버지가 강제 결혼을 시키려 했으나 이를 물리치고 수도원에서 평생 수도한 성녀다.

 

초등학교 5학년, 피아노 주변에 맴돌며 건반을 만지작거리는 그녀에게 신부님은 한 달간 피아노 레슨을 시켜줬다. 재밌었다. 청주에 있는 중학교로 진학하려다, 오빠가 다니는 서울 소재 시각장애인학교에 입학했다. 오빠도 태어나면서부터 시각장애가 있었다. 서울에서 공부해서 좋았던 건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있는 악보가 많다는 점이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잠시 피아노를 놓았다. 그러다 입시를 앞두고 접었던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다. 쉬었던 만큼 기량은 떨어졌다. 기량이 떨어져서 연주자로서의 삶을 살기는 어려울 거라고 스스로도 생각했다. 다행히 대학은 붙었다.

 

대학을 간 것은 연주자로서 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어서였다. 장애인 당사자가 대학에 다니면 장애인을 불쌍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그녀의 삶 대부분이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도전이자 활동이었는지 모른다.

 

내용전부보기: http://www.cowalk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573

원문출처: 함께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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