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를 달리는 휠체어, 그러나 ‘우리의 이동’이 곡예가 되지 않으려면

작성일
201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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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를 달리는 휠체어, 그러나 ‘우리의 이동’이 곡예가 되지 않으려면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사고 당해
전동휠체어가 갈 수 없는 인도, 차도로 갈 수밖에… 책임은 누구에게?

인도 위에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의 앞 인도가 공사 중으로 막혀 있다. 사진 박승원.

 

몇 년 전 일이다. 병원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가는 저상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기 전에 본 하늘은 비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찌뿌둥한 날씨여서 그런지 저상버스는 골골대며 리프트를 내렸다. 불안이 엄습했지만 나는 애써 모른 척했다. 나와 동행했던 어머니도 창밖을 보고는 혼잣말로 “집에 갈 때까지 비가 안 와야 될 텐데.”라고 연신 읊조렸다.

 

불안이 현실로 되기 때까지 수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버스에 승차한 뒤, 차체 안으로 힘겹게 들어가던 리프트가 뚝 멈췄다. 그것은 좀체 들어갈 줄 몰랐다. 버스 기사가 여러 번 시도했지만 꿈쩍하지 않았다. 순간 정적이 흘렀다. 정류장이 대학가와 가까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출발이 지연되자 사람들은 버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살피는 듯한 눈치였다. 마침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더니 어느새 사선을 그으며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버스 기사도 이런 일은 처음 겪었는지 “이게 왜 이러지”, “허허 참” 등의 탄식을 내뱉으며 리프트 장치를 툭툭 차거나 직접 손으로 리프트를 넣으려 했다. 곧이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버스들이 클랙슨을 울렸다. 정류장 일대가 아수라장이 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휠체어석에 자리 잡은 나와 어머니는 좌불안석이었다. 애매한 위치에서 리프트가 멈춘 바람에 다시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했다. 대놓고 불만을 늘어놓는 승객들은 없었지만 아무 말 없이 접히지 않는 리프트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듯했다. 보다 못한 남자 승객 몇몇이 밖으로 나와 기사와 함께 완력으로 리프트를 집어넣으려 했다. 곧 기사와 남자 승객들의 등짝 부분이 빗물로 흥건해졌다. 하지만 리프트는 마치 태업이라도 하는 듯이 미동조차 없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기사가 버스에 오르더니 승객들에게 여러 번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버스를 고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지불하신 요금은 환불해드릴테니 다른 노선의 버스나 교통수단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나와 어머니도 버스에서 내리는 승객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승객들의 카드 찍는 소리가 날 때마다 내 가슴은 왠지 모를 수치심에 한 박자 한 박자 내려앉았다. 기사는 버스 회사에 전화를 걸고 있었다. 버스에는 운전기사, 나와 어머니, 연로하신 할머니 한 분만이 남았다. 어머니가 지켜보다 못해 기사에게 말했다.

 

“기사님, 정비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버스 시동을 껐다 다시 켜보시는 건 어때요?”

 

기사는 퉁명하게 “그렇다고 그게 되겠어요?” 내뱉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했는지 운전석으로 가더니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켰다. 그러자 정말 감쪽같이 리프트가 다시 작동되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쌩쌩하게 작동되는 리프트를 보고 있노라니 배신감이 들기까지 했다. 그렇게 정류장에서 한 시간가량 멈춰 있었던 버스는 새로운 손님을 태우면서 내가 사는 동네로 향했다.

 

내용전부보기: http://beminor.com/detail.php?number=13172&thread=03r02r07

원문출처: 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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